strangecowcow
← Index

#일상

16 works
미래늦여름의 점검일요일 : 월요일 할 일을 미리 하려고 마음먹지만 일요일에 쉬어야 한다는 도그마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닌 상태로 하루 종일 뒹굴다가 저녁 즈음 겨우겨우 노트북을 켠다. 온갖 일들에 주의를 뺏기다가 결국 늦게 자는 날. 월요일 : 막상 출근하면 생각보단 할만한 날. 애써 회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주말 잘 보내셨나요라고 묻고, 돌아오는 적막을 견디는 날. 할 일 잔뜩 만들어두고 일단 퇴근한다. 화요일 : 야근하는 날. 일 말고 다른 생각하기 힘들다. 수요일 : 야근하는 날. 일 말고 다른 생각하기 힘들다. 2 목요일 : 수요일까지 똑바로 돌아갔으면 한숨 돌리고 병원에 가거나 귀찮은 행정 처리를 하거나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약속 잡아도 되는 날. 금요일 : 일상의 무게가 극적으로 가벼워지는 날. 일단 내일은 좀 쉴 수 있다는 사실에 몸이 가뿐하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법 괜찮은 덩어리의 시간이 앞에 놓여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낙관하게 된다. 토요일 : 최선을 다해서 사치와 방종을! 아, 벌써 어제가 아득하다.일주일쳇바퀴 안 타고 살 수는 없고, 지금 타고 있는 쳇바퀴가 맘에 안 든다고 여러 개의 쳇바퀴를 굴리려다간 몸이 상하고. 쳇바퀴 하나를 잘 골라야 하는데. 공원 뚫고 출근하는 길에 청설모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쳇바퀴. 열심히 타면 그 보상으로 더 쳇바퀴 타는 게 점점 더 쉬워져야 하는데. 굴리는 게 복리로 작동해야 하는데.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은 구조적으로 지는 게임 같다. 타수 아무리 빨라도 결국엔 게임 오버 당하는 산성비랑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일 쳐내고, 또 하나 쳐내고, 또 하나-. 일 마칠 때 나오는 도파민으로 목숨 연장하고. 그나마 이것도 안 하면 템 다 드롭하고 바로 태초마을에서 초보자로 다시 시작인 거다. 성황당 할머니한테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세 번 외치고 싶어라.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밤은 선선하다. 애인 따라 지인 결혼식 따라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대화. 올해 여름 진짜 더웠지. 응. 이게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여름 중 제일 시원한 여름이라니. 악담 좀 그만해. 악담 같은 현실을 파훼한 마땅한 전략도 없이 매일매일에 달려들고 있다. 달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같이 땀 흘리면서 뛰고 싶은 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쳇바퀴비오는 날친구들 만나서 밤새 그 어떤 진지함도 없는 얘기만 하다가 술 냄새 풍기며 쓰러져 자기. 투 두 리스트, 워크플로, 루틴, 하네스, 루프 따위의 개념을 따라 흐르는 정보로 이뤄진 매끈하지만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시스템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시끄럽고 무례하고 의미 없고 천박하게 놀기.해장국으로 끝나는 이 의례의 이름으론 역시 해장이 어울릴 것이다. 끊임없이 주의력을 좀먹는 디지털-주의력 노동의 취기를 가라앉히는 해장.결국 인간성은 노드로 쪼개질 것이다. 라벨이 붙은 데이터가 될 것이다. 무겁디무거운 의미가 모두의 승모근을 결리게 할 것이고 디지털 마약은 진실을 먼지로 풍화시켜 버릴 것이다.이 정해진 미래를 향해 가는 걸 멈출 순 없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엔 그래도 무의미의 셸터가 있다. 퇴행의 축제가 있다. 종종 먹고 마시고 해장하면서 가자.해장돈 얘기시간 세는 법이곳에서 우리는 또 한 번 글쓰기가 말하기와 아주 다른 것임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더 이상 얼굴을 갖지 않기 위해, 자신의 글쓰기 아래 스스로를 묻어 버리기 위해 글을 씁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변에, 곁에, 바깥에 있으며, 종잇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재미없고 지루하며 근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타인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이 삶이, 우리 눈앞에 있고 우리가 그 주인인 이 작은 직사각형의 종이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 가도록 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상당한 위험 중, 미셸 푸코 무엇을 쓰느냐는 사실 어디에 쓰느냐에 달려있다.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더라도 공책에 손으로 적을 때, 혼자 보는 옵시디언 메모장에 적을 때, 빈 워드 문서에 적을 때, 슬랙에 적을 때 다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어떤 도구랑 상호작용할지도 맥락이고, 맥락이 달라지면 내용도 변한다. 그럼 블로그는 언제 쓰는 도구인가. 정제되지 않은 잡소리를 모바일로 아무 사진이랑 같이 올리고 싶을 때, 일상이라는 공간에서 글을 쓰나 안 쓰나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을 굳이 굳이 비정형 데이터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릴 때. 일기라고 하기엔 너무 공개되어 있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주제가 없는 잡문만을 위한 자리가 갖고 싶어져서 굳이 굳이 출근 전 카페에 들러 블로그를 정리했다. 과거를 비공개로 돌려 매끈해진 게시판에서 또 한 번 새로 시작. 잡초가 수북하게 쌓인 정원은 주인의 무심함을 증명하는데 잡문이 수북하게 쌓이면 무엇을 증명하게 될까. 자꾸자꾸 정리하고 자꾸자꾸 새로 시작하는 나를 못 미더워하는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퇴근길 지하철에서 블로그를 쓴다. 짧은 연휴는 지나갔고 다시 평일이다.블로그적인 블로그코스피미감새집팀메이트The Red Bar타성에 젖은 마음 말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