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적인 블로그
이곳에서 우리는 또 한 번 글쓰기가 말하기와 아주 다른 것임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더 이상 얼굴을 갖지 않기 위해, 자신의 글쓰기 아래 스스로를 묻어 버리기 위해 글을 씁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변에, 곁에, 바깥에 있으며, 종잇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재미없고 지루하며 근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타인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이 삶이, 우리 눈앞에 있고 우리가 그 주인인 이 작은 직사각형의 종이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 가도록 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상당한 위험 중, 미셸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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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쓰느냐는 사실 어디에 쓰느냐에 달려있다.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더라도 공책에 손으로 적을 때, 혼자 보는 옵시디언 메모장에 적을 때, 빈 워드 문서에 적을 때, 슬랙에 적을 때 다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어떤 도구랑 상호작용할지도 맥락이고, 맥락이 달라지면 내용도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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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블로그는 언제 쓰는 도구인가. 정제되지 않은 잡소리를 모바일로 아무 사진이랑 같이 올리고 싶을 때, 일상이라는 공간에서 글을 쓰나 안 쓰나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을 굳이 굳이 비정형 데이터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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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라고 하기엔 너무 공개되어 있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주제가 없는 잡문만을 위한 자리가 갖고 싶어져서 굳이 굳이 출근 전 카페에 들러 블로그를 정리했다. 과거를 비공개로 돌려 매끈해진 게시판에서 또 한 번 새로 시작. 잡초가 수북하게 쌓인 정원은 주인의 무심함을 증명하는데 잡문이 수북하게 쌓이면 무엇을 증명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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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정리하고 자꾸자꾸 새로 시작하는 나를 못 미더워하는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퇴근길 지하철에서 블로그를 쓴다. 짧은 연휴는 지나갔고 다시 평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