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cowcow

블로그적인 블로그

2026.08.18

이곳에서 우리는 또 한 번 글쓰기가 말하기와 아주 다른 것임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더 이상 얼굴을 갖지 않기 위해, 자신의 글쓰기 아래 스스로를 묻어 버리기 위해 글을 씁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변에, 곁에, 바깥에 있으며, 종잇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재미없고 지루하며 근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타인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이 삶이, 우리 눈앞에 있고 우리가 그 주인인 이 작은 직사각형의 종이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어 가도록 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상당한 위험 중, 미셸 푸코

  1. 무엇을 쓰느냐는 사실 어디에 쓰느냐에 달려있다.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더라도 공책에 손으로 적을 때, 혼자 보는 옵시디언 메모장에 적을 때, 빈 워드 문서에 적을 때, 슬랙에 적을 때 다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어떤 도구랑 상호작용할지도 맥락이고, 맥락이 달라지면 내용도 변한다.

  2. 그럼 블로그는 언제 쓰는 도구인가. 정제되지 않은 잡소리를 모바일로 아무 사진이랑 같이 올리고 싶을 때, 일상이라는 공간에서 글을 쓰나 안 쓰나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을 굳이 굳이 비정형 데이터로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릴 때.

  3. 일기라고 하기엔 너무 공개되어 있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주제가 없는 잡문만을 위한 자리가 갖고 싶어져서 굳이 굳이 출근 전 카페에 들러 블로그를 정리했다. 과거를 비공개로 돌려 매끈해진 게시판에서 또 한 번 새로 시작. 잡초가 수북하게 쌓인 정원은 주인의 무심함을 증명하는데 잡문이 수북하게 쌓이면 무엇을 증명하게 될까.

  4. 자꾸자꾸 정리하고 자꾸자꾸 새로 시작하는 나를 못 미더워하는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퇴근길 지하철에서 블로그를 쓴다. 짧은 연휴는 지나갔고 다시 평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