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
친구들 만나서 밤새 그 어떤 진지함도 없는 얘기만 하다가 술 냄새 풍기며 쓰러져 자기. 투 두 리스트, 워크플로, 루틴, 하네스, 루프 따위의 개념을 따라 흐르는 정보로 이뤄진 매끈하지만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시스템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시끄럽고 무례하고 의미 없고 천박하게 놀기.
해장국으로 끝나는 이 의례의 이름으론 역시 해장이 어울릴 것이다. 끊임없이 주의력을 좀먹는 디지털-주의력 노동의 취기를 가라앉히는 해장.
결국 인간성은 노드로 쪼개질 것이다. 라벨이 붙은 데이터가 될 것이다. 무겁디무거운 의미가 모두의 승모근을 결리게 할 것이고 디지털 마약은 진실을 먼지로 풍화시켜 버릴 것이다.
이 정해진 미래를 향해 가는 걸 멈출 순 없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엔 그래도 무의미의 셸터가 있다. 퇴행의 축제가 있다. 종종 먹고 마시고 해장하면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