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직장인
No. 0289
2026.09.10 · 477자 · 약 1분 · 1600 × 2000 px
직장인이라는 동물은 앞으로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업종 탓인지, 아니면 나날이 유능해지는 AI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유한성과 첫인사를 나누게 되는 삼십 대 중반이란 신체 나이 때문인지. 저는 요즘 부쩍 우리가 멸종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을 자꾸만 듭니다. 싸지는 노동의 값어치와 비싸지는 자산 사이에서 희망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올해 내내 이 질문에 매달렸는데, 아직 뾰족한 답을 찾진 못했습니다. 명확한 해결책이 없으니 느는 건 요령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요.
‘이제 진짜 한계인 것 같다’란 생각이 들면 ‘한계’라는 단어를 그보다는 덜 절망적인 ‘경계’로 슬쩍 바꿔보는 겁니다. ‘여기까지가 내 경계야.’ 어때요? 한계보단 좀 낫죠. 경계든 한계든 여전히 ‘넘어가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별로라면 ‘챕터’나 ‘다음 장’처럼 술술 잘 넘어가는 표현도 한번 써 보고요. ‘아, 이제 인생의 다음 챕터가 다가오는구나.’ 이렇게 언어를 최대한 가벼운 것들로 갈아 끼워 주면서, 마음을 자주자주 환기시켜 주다 보면 또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월급이 들어오더군요.
직장인이란 역시 희망이 좀 없어도 환기만 잘 되면 끈덕지게 살아남는 동물인가 봅니다.
-238호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