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써야만 좋은 글일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분명 경쟁력이다. 세간에선 어떤 글을 ’좋은 글’로 평할까. ’글 잘 쓰는 법’을 조언하는 콘텐츠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말은 ‘짧게 써라’ 인 것 같다. 가능한 한 쉽고, 정확하게, 짧게 써라. 그래야만 읽힐 것이니.
하지만 꼭 짧게 써야만 ’좋은 글’일까? 간결한 문장은 물론 글의 전달력을 높이지만, 그렇다고 간결함을 ’좋은 글’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여기는 건 경계해야 한다. 세상엔 쉽게 표현될 수 없는 생각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비주류일수록 더 그렇다. 평론가 황현산은 ’억압받는 사람의 진실이야말로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것에 속한다’라고 썼다. 故 노회찬 의원은 비유적 표현을 선호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생긴 대로 살자는 말은 쉽지만 생긴 대로 살지 말자는 말은 논리구조가 복잡하다’라고 답했었다. 변화를 주장하는 모든 말을 사실 쉽게 쓰이기 어렵다. 진부한 생각을 간결하게 쓴 글과, 새로운 생각을 복잡하게 쓴 글 중 뭐가 더 ’좋은 글’인지는 쉬이 판단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런 이유로 ’짧은 글’이 ’좋은 글’의 핵심적인 기준으로 대우하는 것을 경계한다. 짧고 간결하게 쓰이지 않았다고 해서 ’나쁜 글’로 속단하고 글에게 읽힐 기회를 주지 않는, 게으른 독자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누군가 비주류의 이야기를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 이야기가 쉽게 쓰이지 않는다고 해서 자기 글에 대한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경계한다. 어렵게 쓰이고 어렵게 읽힐지라도 ’좋은 글’로 대접해야 하는 글이 있다.
물론 전달력의 측면에서 ’좋은’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겠지만, ’좋은’이라는 말은 너무나 간단히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나눠버린다. 때때로 간결한 말은 생각의 흐름마저 간결하게 만들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