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관한 짧은 이야기
시리즈 「때려치지 않는 사소한 이유」의 9번째 글 / 전 17편No. 0225
2026.02.12 · 458자 · 약 1분 · 1600 × 1600 px
금요일엔 출근길 지하철이 평소보다 한산하다. (쉬는 사람이 많은 걸까, 지각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목요일까진 없었던 공간에 들어선 것은 설렘이다. 열차도 설렘에 반응을 하는 건지 평소보다 조금 더 경쾌하게 움직인다. 같은 시간에 나서도 금요일엔 조금 더 여유 있게 도착한다.
이 설렘은 어디에서 온 걸까. 설렘의 성분표엔 주말에 대한 기대감도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주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주말만 오매불망 기다리며 사는 건 아니니깐.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을 하고, 월급날이 아니더라도 동료에게 농담을 건네고, 낯선 이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준다. 우리는 삶을 편식하지 않는다. 이 설렘은 미리 풍겨온 주말의 냄새가 아니라 금요일의 맛이다.
어느새 내려야 할 역, 눈을 감고 금요일적인 도시의 소리를 듣는다. 일상의 선율이 단조에서 장조로 변하는 순간의 상승감은 금요일만의 고유한 특성이다. 단조라고 해서 아름다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드는 건 언제나 이 같은 전환의 순간이다. 다 같이 발을 구르는 리드미컬한 소리를 들으며 월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난 시공간의 빈틈을 향해 간다. 저기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곳이 금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