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ngecowcow

집안일 하는 마음

2026.03.22

작년에 이사 온 동네는 다 좋은데 작업할 만한 카페가 정말 없다.(대신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는 정말 많다.) 그래서 일이든 작업이든 결국엔 집에서 해야 하는데, 집은 청소 아주머니를 부르는 날 빼곤 보통 아수라장이다. 둘 다 출근을 하면서, 또 주말엔 무언가 다른 삶을 살아볼 궁리를 하면서 이 아수라장을 온전히 정리할 시간을 내는 건 살아보니 아주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늘 집을 버리고 도전한 카페는 또 실패였다. 웃풍이 너무 심해서 손이랑 발이 얼음장이 되는 공간이었고, 우리는 한 시간 정도 버티다 그냥 집에 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 내내 이제 2025년처럼 사는 건 끝이라고, 어렵게 같이 구한 좋은 집을 두고 어디 다른 데로 자꾸 가지 말자고 쫑알댔다.

큰맘 먹고 집을 치웠다. 서로 섞여있던 옷가지들은 풀어서 각자 주인에게로. 20대 때나 입었던 옷들은 다시 한데 모아서 수거함으로. 쓰레기를 내놓느라 집을 들락날락하며 같이 사는 법을 작년에 배웠다면 올해는 같이 잘 사는 법을 배우게 되려나 생각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릇을 바로바로 씻고, 빨래를 바로바로 개서 건조대에게도 쉴 틈을 좀 주고, 매트리스 커버가 벗겨지면 힘을 합쳐서 네 모퉁이 모두를 잘 감싸두는 일은, 이 모든 집안일을 다루는 마음은, 창작하는 마음과 닮아있는 것 같다. 사랑하는 마음과도.